언론보도
[시사저널이코노미] 스타트업에 문 활짝 연 제주···혁신 기술 ‘테스트베드’ 자처
제주가 스타트업의 혁신 실험실을 자처하고 나섰다. 재생에너지부터 의료 접근성, 외국인 정착 등 제주가 안고 있는 현안을 스타트업의 기술과 서비스로 풀어보고, 제주에서 검증한 사업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8일 제주에서 열린 ‘스타트업x제주 혁신 토크’에서는 식스티헤르츠와 닥터나우, 예스퓨처, 세종엔지니어링 등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제주에서 실증할 수 있는 혁신 서비스를 제안했다.
스타트업들의 제안은 제주가 실제 마주하고 있는 문제에서 출발했다.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보급이 활발한 지역 특성을 활용하고 의료 접근성과 외국인 정착, 안전 문제 등을 기술과 서비스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사고팔고, 비대면 진료로 의료 공백 메운다
송민영 식스티헤르츠 이사는 제주에 한국형 크라켄을 연계한 재생에너지·전기차 거래 실증을 제안했다. 크라켄은 여러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통합해 관리·거래·정산하는 플랫폼이다.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하고 남은 전력을 전기차나 배터리에 저장한 뒤 시간 단위로 인증해 도민과 기업 등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발전사업자는 남는 전력을 추가 판매하고, 전기차 이용자는 충전과 방전으로 수익을 얻는 동시에 제주도는 전력 계통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 이사는 “기후가 경제가 되려면 이제는 돈이 되는 시장이 와야 한다”면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돼야 경제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로 감귤을 생산하고 이를 인증하거나 탄소크레딧 거래까지 연결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전기차를 에너지저장장치처럼 활용하는 V2G(Vehicle to Grid) 기술을 활용하면 향후 개인 간 전력 거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당근마켓에서 ‘저 전기 구해요’라고 하면 근처 전기차가 와서 캠핑장이나 페스티벌, 도민 사이에서 전기를 거래하고 교환하는 일상을 생각할 수 있다”면서 “그런 일상이 제주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닥터나우는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배송을 활용해 제주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제주에서 닥터나우를 통한 누적 비대면 진료는 약 3만건이다. 의료 인프라 확충과 함께 비대면 진료를 활용하면 의료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보건소도 늘려야 하고 의사 수도 늘어야겠지만 인프라 구축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면서 “의사 또 약이 환자에게 온다면 어떨지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예스퓨처는 외국인 유학생과 계절근로자 등의 비자와 체류 기간, 교육·근로 현황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하는 ‘비비자 로컬’을 제안했다. 행정기관이 한국어로 작성한 안전문자와 공지를 외국인의 국적에 맞춰 자동 변역해 전달하는 기능도 포함한다.
세종엔지니어링은 드론과 AI를 활용한 실종·안전 대응 체계를 제시했다.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사람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드론을 먼저 출동시키고,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AI가 분석해 보고서 작성까지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원보다 시장 필요”···규제 풀어 제주서 먼저 실증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개인 간 전력 거래뿐 아니라 외국인 관리, 의료 분야가 제주가 고민하는 문제라며 기업들과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주도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단순 스타트업 유치를 넘어선다. AI와 탈탄소 등 미래 기술과 서비스를 다른 지역보다 먼저 시험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주를 만들 계획이다.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지원금뿐 아니라 실제 시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스타트업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지원도 지원이지만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규제 샌드박스 등을 활용해 제주가 규제를 먼저 풀어줄 것을 제안했다.
위 지사는 “제주는 자그마한 섬이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볼 수 있으며 그 결과를 가지고 대한민국에서 많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공간”이라며 “어떤 규제든 가지고 오면 검토하고 적극적으로 개혁하겠다. 일단 가지고 와보시면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서 출발한 쏘카는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 무대로 제주를 주목했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제주는 이런 기술을 먼저 선보일 수 있는 굉장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관광객들이 제주에서 미래 기술을 직접 경험하고 이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제주의 구체적인 교통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위 지사가 오후 10시30분 이후 제주공항에서 택시와 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문제를 언급했고, 박 대표는 자율주행 기술 등을 활용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보조금 없이 기술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산간 지역이나 공항의 늦은 시간처럼 이동하기 어려운 때 자율주행 기술이 포함된 자동차가 안전하게 이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스타트업의 제품을 직접 구매하고 투자하는 방식으로 초기 시장 형성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위 지사는 제주도가 조성을 추진하는 1조원 규모 펀드를 언급하며 제주에서 성장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 의지도 밝혔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제주만의 강점을 가지고 제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착안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서 “대한민국의 1% 시장에서 잘 만들어내면 대한민국 100%를 먹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그 1% 시장에서 여러분이 만든 제품을 제주도가 구매해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하겠다”면서 “다른 동네에 가지 말고 제주에서 일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