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시사저널이코노미] 김재원 코스포 의장 “지원금보다 시장···정부가 스타트업 첫 고객 돼야”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코스포
“지난 10년이 규제를 풀어 스타트업이 활동할 시장을 만드는 시간이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정부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만드는 시간이 돼야 합니다.”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의장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새로운 전환점에 섰다고 진단했다. 지난 10년 동안 스타트업이 규제와 부딪히며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데 집중헀다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국경 없는 경쟁이 본격화된 앞으로는 시장과 자본, 인재까지 아우르는 성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스포는 지난 2016년 50여개 스타트업이 모여 출범했다. 현재 2900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혁신기업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로 성장했으며 교통과 금융, 의료, 교육, 콘텐츠 등 산업 곳곳에서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현장 목소리를 모아 규제와 정책 환경을 개선하는 역할을 해왔다.
코스포 출범 10주년을 맞아 제주에서 만난 김재원 의장은 지난 10년을 “혁신이 사회에서 어떻게 통용돼야 할지를 소통해온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모바일과 플랫폼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업이 등장했지만 기존 산업과 충돌하면서 규제가 만들어졌고, 이를 조율하며 스타트업이 활동할 시장을 넓혀왔다는 의미다. 김재원 의장은 AI 풀스택 기업 엘리스그룹 창업자이자 대표다. 올해 2월부터는 코스포 제5대 의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과거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면 AI 기업은 시작부터 글로벌 기업과 직접 경쟁해야 한다.
김 의장은 “지금은 제미나이든 챗GPT든 해외 서비스를 바로 사용하는 시대고, AI 서비스를 쓰면 쓸수록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국경 없는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글로벌로 나가기 전 국내 시장에서도 스타트업이 설 자리가 부족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성장 막는 것은 여전히 규제···경쟁력 확보가 관건
김재원 의장은 스타트업의 성장을 막는 대표적인 문제로 여전히 규제를 꼽았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하는 속도를 기존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전에 사업이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을 전제로 만들어진 규제가 스타트업에도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점을 지적했다. 대기업은 규제에 대응할 조직과 인력을 갖추고 있지만 스타트업은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만으로도 인력이 부족해 규제에 대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시장을 한번 빼앗기면 시장이 없는 곳에 규제는 의미가 없다”면서 “경쟁력을 키우기 전에 기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밝혔다.
코스포 출범 10ㅈ년 기념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재원 의장. / 사진=코스포
AI 분야에서는 개인정보와 데이터 활용, 자율주행에서는 여러 부처에 흩어진 규제, 원격의료와 디지털자산에서는 기존 제도와 신산업 간 충돌을 대표적인 과제로 꼽았다. 코스포는 앞으로 규제 샌드박스가 실제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에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평가해 개선 방안도 제시할 계획이다.
김 의장은 스타트업 지원 정책도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에서 실제 시장을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좋은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도 초기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성장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스타트업의 첫 고객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의장은 “스타트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기업이여서 지원금으로 살아가는 것은 스타트업의 의미와 맞지 않다”면서 “0에서 1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결국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서 선택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첫 고객이 된다는 것은 지속적인 지원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공이 초기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해 실증 기회와 레퍼런스를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도록 돕자는 취지다.
그는 “해외 고객에게 한국에서도 사용하기 어려운 서비스를 구매해달라고 설득하기 쉽지 않다”면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기관이 사용했다는 레퍼런스가 있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세일즈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투자 시장 위축?···“자본을 끌어들일 스타트업이 많아져야”
최근 벤처투자 시장 위축에 대해서는 단순 투자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일 만큼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투자가 어렵다기보다 그만큼 투자할 기업이 없다는 것”이라며 “자본은 냉정하다. 투자할 곳이 있으면 어떻게든 투자하고 돈을 벌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투자가 일부 기업에 치중돼 있다는 것은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의미일 수 있다”면서 “자본이 갈 만큼 매력적인 기업이 나오려면 규제와 노동, 인재 확보 환경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회수시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 10년간 모태펀드와 정책금융 등을 통해 비상장 스타트업에 자금이 공급됐지만, 기업이 상장한 이후에는 정책적 관심이 크게 줄어든다. 김재원 의장은 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IPO뿐 아니라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회수 경로를 키우고 코스닥 시장에도 장기 투자 성격의 기관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금이 회수돼 다시 초기 스타트업으로 흘러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창업→투자→성장→회수→재창업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코스포는 다음 10년을 앞두고 산업별 협의회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피지컬AI와 방산, 기후테크, 리걸테크, 원격의료, AI 등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돌봄테크와 트래블테크, 디지털자산 등 새로운 산업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김 의장은 “산업은 다양하지만 자본 유치와 규제 혁신, 글로벌 경쟁력 강화처럼 공통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며 “개별 기업의 민원을 해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운동장 자체를 넓히는 것이 코스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