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아시아경제] '닥터나우 방지법' 통과에 벤처·스타트업계 "혁신 위축"
일명 '닥터나우 방지법'으로 불리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을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유감을 표명했다.

벤처기업협회는 20일 "기존 법체계로도 충분히 규율 가능한 리베이트와 환자 유인·알선 등의 우려를 이유로 도매업 영위라는 특정 사업 모델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가장 강한 방식의 금지 입법을 택했다"며 "신산업 분야의 진입규제와 직역단체의 기득권에 의해 또다시 스타트업의 작은 혁신이 좌절된 것으로, 우리 사회가 신산업과 벤처기업의 혁신을 어떤 방식으로 수용하고 규율할 것인지 되짚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벤기협은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벤처 4대강국 도약과 벤처투자 연간 40조 원 시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적용 원칙부터 정비해야 한다"며 "선진국에서는 보편화 된 비즈니스 모델이 유독 한국에서만 금지되고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는 환경에서, 청년들에게 어떻게 창업을 장려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벤기협은 "이번 법안 통과가 '타다금지법'에 이은 또 하나의 '혁신 위축 입법'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후속 제도 설계에서 혁신과 소비자 편익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며 "특히 의료법 하위법령 설계는 비대면진료의 실효성과 국민 의료접근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이어야 하며, 약배송 확대를 위한 논의 역시 환자의 실제 불편과 정보 비대칭 해소라는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법안 심사 과정에서 국민이 체감한 편익 등을 이유로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코스포는 "비대면 진료를 마친 환자가 어느 약국에 약이 있는지 몰라 여러 곳을 전전하는 일은 오랫동안 방치돼 온 불편이었다"며 "우려가 있었다면 그 행위를 직접 규율하는 방법, 감시체계를 촘촘히 하고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는 선택지도 남아 있었지만 법 통과로 원천 금지가 됐다. 사업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걷어내는 방식"이라고 했다.
코스포는 "수많은 혁신 스타트업이 기존 질서에 가로막혀 사업을 포기해야 했고, 소비자 편익을 키운 서비스가 직역 단체의 반대에 부딪히면 제도의 힘으로 제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혁신의 성패가 시장과 이용자가 아니라, 기존 질서를 지키려는 이들의 목소리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포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법 하위법령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드시 들어주길 바란다"며 "제도의 빈틈을 메우려는 규제가 국민 편익까지 함께 걷어내지 않도록 업계와 함께 설계해야 한다. 국회에서는 이번 입법이 남긴 공백을 점검하고 보완 논의를 이어가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닥터나우는 2024년 3월 의약품을 공급하는 도매업체 비진약품을 설립했다.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처방받은 의약품을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여러 약국을 방문해야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한다는 이유에서다. 비진약품은 제휴 약국에 약을 직접 공급하고, 재고가 있는 약국을 닥터나우 앱에서 보여주는 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이를 두고 일종의 리베이트라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약사법 개정안은 의약품 도매상 허가 결격사유에 비대면진료 중개업자를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계약한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해 유통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국무조정실은 약사법 개정안 통과 직후 올해 말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일부 대상자에 허용된 약 배송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는 12월 24일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면서 섬·벽지, 장기요양수급자, 장애인, 감염병환자, 희귀질환자에 대해 약 배송이 허용된다. 정부는 인근 동네약국의 약 배송을 허용하고, 비대면 진료 전담약국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비대면 약 배송 적용 대상 확대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며, 약사법·의료법 등 관련 법규 개정도 논의할 것"이라며 "이해관계들이 참여하는 범부처 민관협의체를 운영하고, 협의체를 통해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안정적인 정착과 국민이 안전하게 의약품을 수령할 수 있는 환경도 함께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