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머니투데이방송] "SKT·쿠팡, 새 집단소송제 도입되면 수조원 배상해야"… 벤처·스타트업 "생존 위협"
여당이 추진 중인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두고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7일 국회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에 다수의 집단소송법이 계류 중이다. 이 중 더불어민주당은 박균택 의원이 발의한 집단소송법을 바탕으로 집단소송제도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집단소송제도는 대규모 피해자 발생 사건에서 한 명의 피해자라도 국가나 기업 상대로 승소할 경우 피해 집단 전체에게 동일한 판결 효력을 적용하는 제도다. 현재는 증권 분야에만 집단소송제가 2005년부터 도입된 상태다. 기업 잘못으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 개인 투자자가 개별 소송하지 않아도 대표 단체가 전체 피해자를 대변해 손해배상을 청구, 빠르게 손해를 보전받는 것이 제도 도입 취지다.
박 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법안은 증권 분야로 한정한 것을 모든 산업군으로 확대하고 법 제정 이전 발생한 일에 대해서도 소급해 소송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별도 거부 의사가 없으면 판결 효력이 피해자 전체에게 자도 적용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을 채택했다.
다만 법무부와 민주당은 박 의원 발의안 중 소급 적용 관련 기간을 3년으로 한정해 추진 중이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3년을 감안한 것이다.
벤처업계는 새 집단소송제도가 그대로 도입될 경우 스타트업 업계가 존폐 기로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금력과 법적 대응력이 취약한 벤처·스타트업은 단 1건의 기획소송이나 개인정보 유출 사건만으로도 연쇄 도산과 폐업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벤처기업협회,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집단소송법 도입으로 인한 벤처·스타트업 생존 위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석훈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옵트아웃 집단소송은 전문 로펌의 소송 남발과 증거개시 비용 부담을 키워 억울한 합의를 강요받게 만든다"며 "또한 개별 소송을 원하는 이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대기업도 옵트아웃 제도가 그대로 도입되면 막대한 재무적 부담을 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지난해 발생한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들었다.
지난해 4월 SK텔레콤에서 고객 휴대 전화번호, 가입자 식별번호(IMSI), 유심 인증 키 2종을 포함해 내부 관리용 정보 21종이 외부로 유출됐다. 이에 SK텔레콤 가입자 3998명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공동소송을 제기했다.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소송 신청인들에게 1인당 30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결정했다.
만약 새 집단소송제도가 그대로 도입되면 SK텔레콤 경우 유출인원 2324만명에 30만원을 각각 지급하면 6조97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의 경우도 올해 7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1인당 10만원 조정안을 내놨다. 당시 쿠팡은 조정안을 거부했지만 유출 인원 3755만명에게 10만원씩 지급한다고 치면 3조7550억원을 내야 한다.
대기업에 비해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벤처기업은 단 1건의 집단소송이 발생하면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업계 전체가 고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미경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KAIA) 부회장은 "집단소송에 피소되면 패소가 확정되지 않아도 피소 즉시 우발채무를 책정해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며 "소송 제기 전이라도 일말의 소송 위험성이 있으면 초기 단계 투자가 보수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탈 콜즈다이나믹스의 강종수 대표도 "집단소송을 강화하면 스타트업은 모든 리스크를 없앤 완벽한 제품만 내놓을 것"이라며 "혁신의 전제는 속도인데 모험하지 않는 스타트업이 어떤 혁신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강 대표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소송 같은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그 기업이 속한 업종 더 나아가서는 벤처 투자 자체를 꺼려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지영 코스포 대표는 "스타트업계도 피해자 구제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전담 변호사 한 명 두기 어려운 스타트업에게는 단 한 건의 집단소송이 곧 생존의 문제가 되는 만큼, 혁신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제도 설계를 국회가 함께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