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국일보] 스타트업이 빠진 특금법 시행령
2026.07.22조회 222분
글로벌 디지털금융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싱가포르 등은 앞다퉈 디지털자산 규제를 정비하며, 정부가 틀을 잡고 핀테크·디지털자산 스타트업이 혁신을 채워 넣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산업의 제도권 편입 작업이 속도를 내는 지금, 스타트업계도 도입되는 규율 하나하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중 내달 시행을 앞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이 스타트업계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다.
이번 시행령은 가상자산사업자(VASP) 대주주가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받는 경우 5년간 신고를 막는 구조를 담고 있다. 자본시장법 등에서는 같은 결격 사유를 두면서도, 양벌규정(임직원의 위법행위로 법인이 함께 처벌받는 것)에 의한 처벌은 예외로 인정해 왔다. 구성원의 일탈이나 경미한 법 위반을 이유로 시장 진입을 장기간 봉쇄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문제 의식이 정밀하게 반영된 결과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어떠한 균형 장치도 보이지 않아 우려된다.
이 문제는 유독 스타트업 생태계에 무겁게 다가온다. 스타트업은 벤처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성장하며, 한국처럼 시장이 작은 경우 대기업의 투자·인수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과정에서 대주주가 양벌규정에 따른 벌금형을 받은 이력이 있다면, VASP 대주주 신고 및 변경 신고가 수리되지 않을 수 있다. 금번 개정안은 최대 주주가 법인인 경우 그 최대 주주와 대표자까지 심사하는 '관통심사' 구조까지 취하고 있어 리스크는 더 크다. 스타트업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에 따라 자본 조달이 좌우되는 것으로, 투자를 거듭하며 지배구조가 수시로 변하고 성장하는 스타트업으로서는 과도한 불확실성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이는 개별 스타트업의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 사업 규모상 법 위반 이슈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대형 투자자일수록 디지털 자산 투자를 꺼리게 되고, 결국 소규모 자본만 남는 역선택이 발생한다. 대기업 투자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필수적인 한국에서, 이는 산업 활성화에 역행하는 결과다. 한국은 수년간의 강도 높은 가상자산 규제로 해외 대비 관련 스타트업이 빈약한 처지이다. 정부가 아무리 디지털자산 기본 토대를 잘 꾸려 놓아도, 이용자의 다양한 수요를 받쳐줄 스타트업 생태계가 없다면 산업은 쉽사리 도약할 수 없다.
최지영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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